기본 자산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5월 20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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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매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액수의 금액을 배당하는 변형된 기본자산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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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토론회' 열려
소병훈 의원 “4차산업혁명 등 변화 대응위해 기본소득 보장해야”
김두관 의원 “기본자산 지지. 자산격차 해결해야 불평등 해소 가능”
기본자산 “같은 출발선에 설 기회 제공해야” VS 기본소득 “모든 구성원 안정적인 삶 제공”

심화되는 불평등 사회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어떤 정책이 실효가 있는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기본소득은 아무런 조건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본자산은 기본소득과 달리 특정시점에 소액이 아닌 목돈을 지급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무엇이 적합한지 고민해볼 수 있는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 :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토론회가 지난 1월 28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김두관·소병훈·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공동주최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의원, 소병훈 의원, 허영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출처=용혜인 의원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의원, 소병훈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출처=용혜인 의원실

토론회 좌장은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가 맡았다. ‘왜 기본소득 제도인가?’를 주제로 서정희 군산대 교수('기본소득이 온다' 공동저자)가 먼저 발표했고, 김만권 경희대 교수('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저자)의 ‘왜 기본자산 제도인가?’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패널로는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와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이 참석해 발표자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대표주자 총출동

토론회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도입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기본소득 측 소병훈·허영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병훈 의원은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일자리 감소 등 경제·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의원은 지난해 9월 기본소득 정의규정과 지급대상 등을 명시하고, 지급액을 국가기본소득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하는 ‘기본소득 제정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허영 의원 역시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용혜인 의원 역시 “코로나19는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 사회정책의 상상력에 문을 열어줬다. 지난해 5월 정부재난지원금이 그 사례”라면서 “금과옥조로 여긴 재정건전성 고수에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더 적극적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 의원은 “코로나19가 끌어낸 정책적 상상력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본소득당은 월 60만원 기본소득 지급을 내세우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기본소득 공론화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백승호 가톨릭대교수좌장,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서정희 군산대교수,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김만권 경희대교수./출처=용혜인 의원실

왼쪽부터 백승호 가톨릭대교수좌장,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서정희 군산대교수,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김만권 경희대교수./출처=용혜인 의원실

이에 비해 기본자산 측 김두관 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기본자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두관 의원은 “저는 기본자산을 주제로 지난해 두 번 토론회를 열고 신생아기본자산제와 이를 주거 정책과 결합한 국민자산주택제도를 제안했다”며 “기본자산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자산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구조적 불평등 해소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신생아 출생시 2000만원을 신탁해 성년이 됐을 때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생아기본자산제’와 재원을 LH에 주거재원으로 신탁해 성년에 주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자산주택제도’를 제안했다.

강은미 의원은 “정의당은 기본 자산 ‘부모찬스’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청년이 삶을 열어가기 위한 3000만원 청년기초자산을 제안한다”며 “기본소득과 기초자산이 대립적으로 논의되기보다 불평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지난 21대 총선 제1호 공약으로 모든 만 20세 청년에게 3000만원을 3년에 걸쳐 분할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를 제시했다.

용 의원은 토론회 의의에 대해 “기본 자산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의 소통을 위해 여는 장”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가 양 대안의 단순대립이 아닌 소통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은 “일정 소득을 모두에게 보장하는 기본소득과 일정 자산을 제공하는 기본자산은 둘 다 불평등 완화위한 제도”라며 “하나의 제도를 실시하며 다른 제도를 보완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회성 목돈 지급으로는 일상 유지·계획 어려워. 기본소득 정기지급으로 가능”

서정희 교수는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기본자산제의 쟁점을 짚었다. 그는 우선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모두 사회가 공유한 부에 대한 권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뿌리가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본자산이 기본소득의 5가지 요건(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 중 보편성, 정기성과 무조건성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반면, 기본자산은 성인이 되는 시기 일회성 목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서정희 교수가

서정희 교수가 '왜 기본소득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서 교수는 “기본자산은 기회의 평등과 같은 ‘거시자유’를 추구하지만, 일회성 지급에 그치기 때문에 생활의 안정성이라는 목표는 배제한다”며 “목돈을 통한 자유 추구는 결국 자산 증식을 꾀하는 투자자의 삶을 선택하게끔 유도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기본소득은 삶의 최저선을 보장해 일상의 유지와 계획이 가능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본자산 지급 대상을 청년으로 설정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삶에서 위험은 특정 연령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며 “특히 기본 자산 공유부 분배라는 관점에서 보편성은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본자산이 불평등의 본질적인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서 교수는 “한국에서 논의되는 기본자산은 증세없이 기존 상속세로 지급하자는 것”이라며 “증세없는 낮은 수준의 기본자산은 자산 불평등 완화 효과도 낮다”고 꼬집었다.

그는 토론 말미에 “거시자유는 물론이고, 생활안정성과 자산불평등 완화는 모두 중요한 문제”라면서 “기본자산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기본소득으로 생활안정성을 보장하고, 거기에 더해 기본자산을 도입되는 것은 고민해볼만 하다”고 밝히며 발표를 끝마쳤다.

“기본자산이 재원마련 용이하고, 실현 가능성 더 높아”

김만권 교수는 발표를 통해 기본자산이 더 나은 이유를 소개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김만권 교수는 발표를 통해 기본자산이 더 나은 이유를 소개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이어서 발표를 진행한 김만권 교수는 먼저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그 목적이 각각 ‘기본적 소비력 보장’과 ‘인생계획 실행 기회 제공’으로 상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자산은 ‘최소한의 사회적 상속’을 주자는 것”이라면서 “세대 간 불평등 완화에 더 효과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본자산이 필요한 이유로 ▲계층이동 가능성 ▲재원마련의 용이성 ▲최초 수용과정에 있어 정치적 안정성 등 3가지를 들었다.

먼저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해 “기본자산은 인생계획을 실천함으로써 계층간 이동 가능성을 높인다”며 “특히 여럿이 모은다면 상당한 자본금이 돼 실행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모은 자본금으로 협동조합을 구축하거나 사회적기업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기본 자산 기본소득은 불평등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수긍하며 만들어진 순응적 대안이라면, 기본자산은 결과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재원 마련의 용이성에 대해서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모두 훌륭한 대안”이라면서도 “당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건 기본자산”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1인당 매달 30만원씩 준다고 가정하면 180조원이 필요한데, 기본자산은 정의당의 기본 자산 청년사회상속제(만 20세 청년에게 3000만원 지급)를 예로 들어 약 16조원 안팎이면 가능하다는 분석을 소개했다.

김만권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매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액수의 금액을 배당하는 변형된 기본자산

김만권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매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액수의 금액을 배당하는 변형된 기본자산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김 교수는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면 기존 조세체계와 분배체계를 다 바꿔야 하지만, 기본자산은 기존 분배체계에서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원규모가 작기에 “기존 복지 수혜자의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어 최초 수용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더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기본소득은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보지만 기본자산은 유권자 대다수가 직접 수혜를 누릴 수 없기 때문에 기본자산보다 주목받는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로 김 교수는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하기도 했다. 생애주기자본금은 매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액수의 목돈을 배당하는 제도다. 가령 20살, 40살, 60살에 새로운 인생설계를 위한 목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기본소득 “모두의 생활영위 가능케 해” VS 기본자산 “부모찬스 대신 사회찬스”

이어진 토론시간에서도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에 대한 첨예한 토론이 펼쳐졌다. 먼저 안효상 상임이사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정당성과 원천이 다르지 않다고 전제했다. 안 이사는 "개인들에게 물질적 토대를 제공해 자유를 실질적인 것으로 만들려 한다는 점에서 두 아이디어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정당성을 사회 공유부에서 찾는다는 점과 개인의 자유 증진을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기본자산제는 일상적 소비를 넘어서는 목돈을 개인에게 귀속시킨다”면서 "공공의 것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적 개인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반면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공유지분권에 기초해 모두에게 적절한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봤다. 공유지분권 모델이란 문명의 이점을 보존함과 동시에 모두에게 적절한 생계수단을 일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이 토론하고 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이 토론하고 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다음 토론자로 나선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자산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기본자산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상당한 누진적 조세가 없다면 기본자산제로 자산불평등 해소가 쉽지 않다”면서도 “기본소득도 소액에서 시작할 수 있듯 기초자산도 한 번에 큰 규모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소장은 기본자산, 특히 ‘청년기초자산제’가 부모찬스대신 사회찬스를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해주자는 의미”이라며 “청년들이 겪는 취업, 주거, 결혼 등의 과제를 개인 책임이 아닌 사회 책임의 영역으로 넣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본 논문에서는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전향적 회복 방안으로서의 기본자산제를 제안했다.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미국형과 동아시아형으로 유형화했다. 미국형에서는 금융적 완화와 경제 주체에 대한 재정적 직접 지원을 결합했다. 동아시아형에서는 금융적 완화와 적극적 재정 투입에더하여 새로운 산업 공급망 구축에 적극 개입했다. 둘째,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책을 동아시아형 뉴딜로 개념화했다. 동아시아형 뉴딜에서는 소경영적 영역의 현대화와 안정화가 중요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로서의 기본자산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셋째, 기본자산을 “생산적 활용에 필요한 공유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동아시아 모델에 부합하는 기본자산제로, 청년 주거 기본자산제, 청년 갭이어 제도, 청년농지 기본자산제 등을 제시했다.

In this paper, a basic asset system was proposed as a bounce-forward plan for the COVID-19 crisis. The main contents are as follows. First, In the American type, financial easing was combined with direct financial support for economic entities. In the East Asian type, in addition to financial easing and active fiscal input, it actively intervened in establishing a new industrial supply chain. Second, in the East Asian New Deal, modernization and stabilization of small business areas is important, and the introduction of a basic asset system as an infrastructure for this is necessary. Third, basic assets were redefined as “shared assets necessary for productive use”. As a basic asset system in line with the East Asian type, the youth housing basic asset system, the youth gap year system, and the youth farmland basic asset system were proposed.

기본소득에 이어 기본자산이 최근 인기다. 프랑스 출신의 유명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최근작 에서 매년 25세가 되는 청년에게 성인 평균자산의 60%(서유럽 기준 12만 유로, 한화로 약 1억6000만 원)를 지급하자고 주장해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되었고, 국내에서도 정의당이 지난 4월 총선 제1공약으로 청년기초자산제를 내놓은 데 이어 여권 일각에서도 기본자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기본자산, 과연 필요한가?

먼저, 기본자산이란 무엇인가? 기본소득과 비교하면 쉽다. 둘 다 모든 시민에게 일정액의 돈을 조건 없이 지급하자는 제안이다. 다만 지급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정기적으로(예: 매월) 지급되는 정액의 소득이 기본소득(basic income)이라면, 기본자산(basic capital)은 일정한 나이(예: 20세 또는 25세)에 도달한 모든 시민에게 한번 지급되는 목돈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만' 보면 둘은 차이가 없다. 향후 정기적으로 지급될 기본소득의 현재가치만큼을 기본자산으로 지급한다면 말이다. 반대로, 그러한 기본자산을 금융기관에 신탁하고 매월 일정액(기본소득)을 받아쓸 수도 있다. 또한 20세에 도달한 모든 시민에게 기본자산을 지급하고 60세부터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식으로, 둘을 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기본자산제가 주목받는 것은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부의 대물림(상속)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산세와 상속세의 누진성을 강화해 모인 재원으로 모든 시민에게 일정액의 자산을 지급하자!' 이런 성격 때문에 기본자산제는 '사회적 상속제'라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기본자산론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모순 하나를 정확히 짚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모순의 해결을 기본자산에서 구하는 것, 과연 바람직한가?

먼저 생각해보자. 왜 개인이 자산을 필요로 할까? 통상적인 소득으로는 기본 자산 대처하기 힘든 예외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자녀가 대학에 가거나 집이나 차를 살 때, 가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아플 때 등등. 이럴 때 필요한 목돈은, 화장대에 꽁꽁 숨겨둔 금붙이를 팔거나 적금을 헐어 충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금붙이나 적금이 '자산'이다.

하지만 자산의 이와 같은 필요성은 점점 줄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커졌고 금융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국가장학제도 덕분에 등록금을 못 내 대학을 못 가는 일이 크게 줄었고, 제도를 잘 활용하면 당장엔 '내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집 한 채 정도는 살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도 나름대로 잘 작동중이다. 그밖에 개인은 사업을 벌이기 위해 자산을 보유하고자 할 수도 있는데, 역시 국가 기능과 금융제도의 발달 덕분에 요즘엔 사업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입증만 되면 그 초기자금을 개인이 온전히 부담하지는 않아도 된다. 물론 이상의 사항들과 관련된 제도가 부족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바람직한 정책방향이 뭘까? 개인에게 기본 자산 자산을 지급하는 것인가? 아니면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개인들에게 자산의 필요성을 줄여주는 것인가?

이렇게 보면, 왜 1970년대에 도입되어 호평받았던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일명 '재형저축') 정책이 2010년대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했을 때 처참하게 실패했는지가 분명해진다. 재형저축이란 노동자가 월급 일부를 성실하게 저축하면 국가가 보통의 예금에 비해 이자도 더 주고 세금도 감면해주는, 그리하여 기본 자산 일정 기간 뒤 노동자가 목돈을 쥘 수 있게 해주는 제도였다. 이것이 성행한 1970-80년대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극심한 '각자도생' 사회였다. 돈이 없으면 초등교육도 못 받고 병원도 언감생심이던 시절이니, 자산은 정상적인 소비행위를 위해서라도 누구에게나 필요했다. 2010년대의 한국은 어떤가? 적어도 교육·의료·주거 등의 이유로 자산을 보유해야 할 필요성은 ('완전히'는 아니어도) 크게 줄었다. 그 대가로 개인은 장기간 금융회사의 '노예'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지만 말이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자산의 의의는 다른 데 있다. 그것을 통해 수입을 거둔다는 것 말이다. 2013년에 부활한 '박근혜 표 재형저축'이 부자들의 축재수단으로 전락한 것도 그래서다. 가수 남진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고 노래를 부른 게 1972년이다. 지금은 어떤가? 초원 위의 집이 아무리 멋져도 그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실패한 '투자'로 간주되는 세상 아닌가?

자, 우리 청년들이 기본자산으로 한꺼번에 몇천만 원을 받게 되었다고 하자. 그들은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요즘 같은 경제 환경에선, 그들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중개업소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복권이나 도박은 어떤가? 많은 기본자산 옹호자들은 기본자산의 용처를 제한해 이를 방지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다른 용도도 마찬가지다. 창업? 필요한 이들에게 몰아주는 게 낫지 않나? 유럽 배낭여행?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어쨌든 이런 용도라면 국가의 다른 정책이나 금융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 지원할 수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왜 요즘 기본자산이 주목받나? 자산불평등 때문이다. 왜 자산불평등이 문제인가? 자산이 소득을 낳기 때문이고, 그런 이유로 소득불평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해법? 자산으로 거두는 소득에, 그리고 자산의 소유 자체에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 자산 과세는 세수확보보다도 자산 소유에 대한 인센티브를 낮추는 게 목적이며, 그것이 효과를 내면 자산불평등도 얼마간은 완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얼마간의 세수는 어떻게 쓸까? 굳이 청년을 위하겠다면, 교육·주거·고용 등에서 공공성을 높여 청년의 생활비를 줄이고 삶을 안정시키는 데 쓰는 게 어떨까?

김공회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성년이 된 모든 시민에게 일정액의 자산을 지급하자!’ 매력적인 주장이다. 일단, 느낌이 확 온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중에도 부동산 가격만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요즘, 상대적 박탈감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 청년들에게는 특히 더 소구력이 높을 것도 같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사업을 벌일까? 여행을 갈까? ‘간’이 작은 이들은 그 돈을 금융기관에 넣어두고 곶감처럼 조금씩 빼 먹으며 훗날을 도모할지도 모르겠다.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기본자산’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일정 연령, 이를테면 만 20세에 도달한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하니, 기본자산제는 순차적으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정의당이 ‘청년 기초자산제’를 제1공약으로 내놓을 때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보편적 자본지원’이 라는 제안을 내놓았고, 올해의 4ᆞ7 보궐선거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본자산제를 본격적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청년출발자산’, 변성완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부산형 청년기초자산제’가 그것이다. 기본자산제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도 주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각각 ‘국민 기본자산제’와 ‘기초자산제’를 내놓고 서로 ‘원조’ 경쟁을 펼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기본자산제, 과연 무엇이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기본자 산은 우리에게 조금 더 기본 자산 익숙한 기본소득과 어떻게 다른가? 기본자산이 오늘날 자산불평등을 해소 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기본자산의 이상 - 기본자산 제안이 제기하는 문제들

왜 기본자산인가? 기본자산제가 제기하고, 또 해결하고자 하는 고유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 질문 은 크게 두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무엇보다 기본자산은 그것의 수혜자에게 삶의 가능성 영역을 넓혀주리라 기대된다. 이런 성격 때문 에 기본자산의 직접 수혜자는 보통 청년으로 상정된다. 상당액의 목돈을 받고 그 처분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수 있으려면 나이가 너무 적어선 안되고, 동시에 그런 결정이 해당 개인의 삶에서 가급적 큰의미를 갖게 하려면 나이가 너무 많아도 안 된다. 기본자산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돌입하는 청년에게 지급되는게 제격일 것이다.

청년기의 실패 때문에 평생을 낙오자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패’라고 불릴만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채 청춘을 흘려보내는 이들도 많다. 누군가에게 이것은 자발적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돈이 없어 그런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 청년에게 기본자산을 준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만 스무살이 되는 모든 청년에게 5천만원을 준다면? 이제 그는 거액의 등록금이 드는 대학에 갈 수도 있고, 장기간 해외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며, 직접 사업체를 꾸릴 수도 있다. 미국의 법학자 브루스 애커먼은 기본자산제의 대표적인 현대적 주창자 가운데 한 명이다. 1990년대 말 그는 만 21세 청년에게 8만 달러의 ‘사회적 지분 급여’를 주자고 제안했는데, 그 배경엔 미국의 살인적인 대학등록금이 있었다.

옹호자들은 기본자산제가 자산불평등 완화에도 특효약이라고 주장한다. 소득불평등이 문제라곤 하지만, 소득보다 훨씬 더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는 게 자산이다. 더욱이, 자산불평등은 소득불 평등을 낳는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니 후자에 대한 문제제기는 ‘결과’를 시정하자는 것이지만 전자 에 대한 문제제기는 ‘원인’을 제거하는 의미가 있다. 끝으로, 자산은 세대를 거듭해 이전되기도 한 다는 점에서 자산불평등은 단순한 소득재분배보다 심원한 차원의 조치로써만 시정이 가능하다. 아마도 이상의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자산불평등을 문제 삼는 기본자산제가 소득불평등을 시정을 꾀하는 다른 제안들-특히 기본소득제-에 비해 ‘화끈하게’ 다가가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의 주요한 원인 기본 자산 가운데 하나이고 그러한 자산불평등은 상당 정도 자산 세습의 결과라는 점에서, 기본자산제는 거의 언제나 상속에 대한 문제제기를 동반한다. 실제로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 모두 상속ᆞ증여세 를 목적세로 전환해 기본자산 재원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피케티 또한 보편적 자본지원을 위해 자산보유세와 상속세를 강화하자고 제안한다.

기본자산의 현실 - 꼭 기본자산이어야 하는가?

기본자산 제안의 의의를 이상과 같이 청년의 삶의 가능성 확장 및 불평등 완화에서 찾는다면, 그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앞의 절에서 구별한 기본자산의 두 가지 의의를 조금 더 전개해보자.

아참, 논의가 더 진행되기 전에 밝혀둘게 있다. 지금 ‘자산’이라고 하는 것은 실은 그냥 ‘목돈’이다. 경제학적으로 자산과 소득의 구별은 지극히 형식적인데, 개인에게 들어오는 모든 현금의 흐름은 소득이고 그러한 소득이 곧장 지출되지 않고 축장되거나 금융기관에 예치되면 자산이 된다. 따라서 엄밀히는 ‘기본자산’도 그냥 ‘소득’이다. 어쨌든 통상 적인 소득보다는 액수가 큰 돈이 기본자산이겠다.

기본자산이 청년의 가능성을 넓혀준다고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산, 곧 목돈이 갖는 독특한 기능 때문이다. 등록금이 비싼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예기치 않은 질병에 걸렸을 때, 우리는 목돈을 필요로한다. 집을 살 때, 아니, 월세방 이라도 얻으려면 거액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외국으로 배낭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아본 이들도 많으리라. 사업을 하려고 해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과거엔 목돈을 직접 손에 쥐지 않으면 위와 같은 일들은 아예 할 수 없었다. 1976년에 도입된 ‘근로 자재산형성저축’ (일명 ‘재형저축’) 제도가 엄청난 호응 속에서 성공할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지금은 다르다. 목돈을 사전에 마련해두지 않아도 위 일들을 할 수있다. 대체로 금융제도와 복지제도의 발달 덕택이다. 요즘엔 대학 졸업 뒤에 학자금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고생한다는 말은 있어도 단 돈 몇만원이 모자라 등록금을 내지 못해 휴학했다는 얘기는 거의 들을수 없게 되었다. 돈이 없어도 사업아이템이 확실하고 계획서만 잘 쓰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상당액의 초기자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자동차나 기타 고가의 내구재도 판 매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할부금융제도 덕분에 당장은 큰 돈 들이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다. 목돈이 점차 불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산보다는 소득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것은 자산보다는 소득,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소득의 흐름이다. 정부나 지자체, 각종 공적ᆞ시민적 기구들로부터의 무상 지원은 논외로 하더라도, 금융제도의 발달 덕택에 거의 모든 일시적 목돈 지출은 장기간에 걸친 원리금 기본 자산 상환 프로그램으로 변환될 수 있다. 국가장학제도와 같이 정부가 이를 도모하기도 한다. 자, 생각해보자. 누구나 인생의 어떤 국면에서 크게 한 번은‘도박’을 할 수 있다. 꼭 젊은시절에 하란 법도 없다. 그러니 기본자산이 필요하다면, 그 시기가 반드시 청년기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러한 도박을 포함해, 한 사람이 평생 쓰게되는 지출액의 평균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 액수가 계산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지출액을 저평균적인 개인의 일생에 걸쳐 그의 소득흐름을 고려해 아주 안정적으로 펼쳐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젠 소득만이 중요할 뿐이다. 인생의 도박을 언제 감행하든 거기에 드는 거액의 비용은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지불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기본자산은 언제나 정기적인 정액의 소득 흐름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예컨대, 기본자산으로 받은 1억원을 다양하게 지출하는 대신 금융기관에 맡겨두고 앞으로 60년(=720개월) 동안 매월 정액의 현금을 받는 계약을 금융기관과 체결할수 있겠다. 이때 월 수령액에는 1억원에 붙은 이자도 포함될 것이므로, 월 수령액은 1억 원을 720으로 기본 자산 나눈 값(약 13만 9천 원)보다는 클 것이다. 이자율을 연 3%로 가정하면, 월 수령액은 30만 원이 된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60년 동안 매월 30만원의 정기적인 소득 흐름은 연3%의 이자율 아래서 1억원의 현재 가치를 갖는다. 이 상의 추론은 기본자산제와 기본소득제는 이론적으로 동일하게 설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1)

물론 현실은 이론과 다르다. 무엇보다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을 소비자 입장에서 만족스럽게 변환해줄 금융기관은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위 예에서, 1억원을 수탁한 금융기관은 3% 대신 2%로 적용이자율을 낮추고자 할 것이다. 이 경우 월수령액은 24만원에도 못미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금융제도가 발달함에 따라 양자의 상호전환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제도 및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여건이 발달함에 따라 전환 과정에서 기관과 개인 간의 시차도 좁혀지고 있다. 과거엔 그런 전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그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 자산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자산불평등은 어찌할 것인가?

자산(=돈)이 그 고유의 기능을 잃고 있다. 대체로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발달 추이로부터 이를 알아채지 못하기란 쉽지 않다. 근로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재형저축 제도가 1995년에 폐지된 것도 그런 흐름의 일부라고 이해할 수있다. 이젠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자산은 중요하지 않은가? 어쨌든 자산불평등은 심각하고, 또 그것은 소득불평등을 낳는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해 기본자산제의 필요성도 인정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대목에서 자산이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게 유용할 것 같다. 보통 자산은 토지나 건물, 원재료ᆞ제품, 현금이나 각종 금융상품 등 다채로운 형태를 취한다. 꼭 소유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어서, ‘삼천리 금수강산’은 우리 한국인의 소중한 자산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쓰시던 만년필’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갖는 자산도 있다. 이렇게 자산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고, 또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산불평등’이라는 맥락에서 자산이란 그저 화폐적 가치로써만 고려된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화폐를 포함한 금융자산은 상관이 없다. 문제는 비금융 자산이다. 저 만년필이나 토지를 어떻게 화폐로 변환할 것인가? 결국 의미 있는 것은, 해당 자산이 발생시킬 수 있는 일시적 또는 장기적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격)일 터이다. 이에 따르면 만년필이나 시골 야산 등은 거의 가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자산불평등에서 아버지의 유품이나 가치가 낮은 시골 야산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자산의 물적 양이 아니라 자산이 발생시 키는 소득의 크기가 중요하다. 시골 야산 1만평보단 서울 강남의 1평이 중요하다. 결국 여기서도 또다시 문제는 ‘소득’이다. 자산이 소득을 낳고, 그러한 소득이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따라서 자산불평등 완화란, 자산에서 유래하는 소득을 줄이는것, 그 편중성을 낮추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는 무엇보다 그러한 소득에 높은 세율을 누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 이것이 피케티의 방식이다.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줄이는게 핵심이라고 했다. 자산소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해 자산의 소득발생 능력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자산불평등의 문제는 상당 정도 해소된다. 이러한 세제가 영구적 이라면 그것은 자산의 수익률, 즉 그것이 낳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낮춤으로써 자산의 가치(=가격)를 즉각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요컨대 자산소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기만 해도 자산가치 하락을 통해 소유권의 변동이 전혀 없이도 자산불평등이 완화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피케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개인이나 법인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에 의거해 별도의 보유세제까지 제안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개인이든 법인이든 자산을 소유하고자 할 경제적 유인 (incentive)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상의 논의는 기본자산제를 보는 색다른 시점을 제공한다. 기본자산이 (자산)불평등 완화에 기여 하는 것을, 개인에게 지급될 저 기본자산액의 기능 이라고 여기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본자산을 시민들에게 나누어주기 이전에, 즉 위의 자산소득이나 자산소유에 대한 세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산불평등은 결정적으로 누그러지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현재의 상속ᆞ증여세제 강화 또는 자산소득ᆞ자산소유에 대한 세제의 신설ᆞ강화를 통해 걷힌 재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남는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기본자산제가 내포하는 문제들

물론 그 돈을 기본자산이 됐든 기본소득이 됐든, 아니면 그 어떤 형태로든 개개인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일까?

논의를 자산 영역에만 한정하자. 저 돈을 이를테면 만 25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1억원씩 나눠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긴 어렵다. 우리 청년은 저 돈을 어떻게 써야할까? 여행?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인가? 창업? 그걸 모두가 해야하나? 신규창업 기업의 평균 존속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나? 주거? 그 돈으로 집을 어떻게 사나? 전월세 보증금 정도라면 지금도 저리대출이 되는데? 아, 청년인데 꿈도 안꾸냐고? 대체 왜? 그건 고정관념이다. 청년이든 노년이든 그냥 잠만 잘 자도 된다.

둘째, 사람들이 기본자산제에 대해 거의 공통적으로 걱정하는게 하나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걸 들고 도박장에 가거나 주식시장이나 코인에 투자(?)하면 어쩌겠냐는 거다. 그런데 그것이 이상한 가?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자산(=목돈=여윳돈)의 궁극적이고도 거의 유일한 의미 아니겠는가? 다시 강조하건대, 과거 자산이 가졌던 고유한 의의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고, 자산의 거의 유일한 의미는 투자를 통한 소득창출이라는 것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청년이 기본자산 1억원을 가지고 주식이나 코인을 하는 것에는 조금도 이상할 게 없으며, 그것을 금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그리고 평균적ᆞ장기적으로 시장의 평균수익률 이상을 거두는 것이 개인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 저 기본자산은 증권사나 은행에 맡겨두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이렇게, 오늘날 자산 보유를 통해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기본 자산 얻고자 하는 것이 소득이라면, 국가는 그들에게 그냥 적정한 소득을 보장해 주면 되지 않을까? 왜 굳이 자산을 준다는 것인가?

셋째, 기본자산은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더라도 그 정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어차피 나눠줘 봐야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주요하게는 금융시장 을 거쳐─기본자산으로 풀린 돈은 결국 시장에서 힘이 센 이들에게 흡수될 기본 자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산불평등 해소는 자산의 보유 및 그로부터 유 래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함으로써 주로 이루어질 수있다. 피케티 등의 연구가 보여준대로 자산소득이 불평등에 기여하는 것은 소득 최상위층, 아무리 넓게 잡아도 인구의 5% 안쪽에서의 일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 있는 사람들의 소득은 대부분 노동소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을 모두 ‘고만고만한’ 자산소득자로 만들어주는게 자산불평등 완화인가? 우리 정치권에서는 이 점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기본자산제는 국가균형 발전에 역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수도권 집중은 극에 달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목돈을 손에 쥔 지방의 청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개인차를 고려하더라도, 청년 인구의 수도권으로의 유출이 가속화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맺음말 - ‘기본’이 되는 사회를 향하여

이상의 논의에 따르면, 기본자산제는 단순히 최선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정책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이토록 정치권 안팎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 직관성과 단순성이 큰 매력 포인트일 것이나, 급속한 경제와 사회의 발전과 변화의 결과 개인에게 자산의 의의가 이미 크게 축소되었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관념에 많은 이들이 사로잡혀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오늘의 경제 현실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 기본자산제의 인기는, ‘기본’ 시리즈의 유행이라는 최근 우리나라 정책 영역의 트렌드의 일부이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이는 우리 사회가 ‘기본’이 안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아무리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삼성이 업계를 호령해도, 우리 경제 전체가 선진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아니, 삼성조차도 반도체는 잘 만들지만 자사의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에선 여전히 후진적인 면모도 보이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K-방역’의 성공이 보여주듯 어떤 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발전의 여지가 크다. 사회정책은 그런 부분 가운데 하나다.

결국 오늘의 글로벌 경제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위상에 맞는 ‘기본’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첫 번째 과제가 아닐까? 사람들이 ‘기본’ 시리즈에 호응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일 것이다. 이에 비해 기본소득이나 기본자산은 이름에 ‘기본’이 들어갔지만, ‘기본 갖추기’의 한 방편일 뿐이다.2) 지금 우리에게 맞는 ‘기본’은 무엇일까? 다.

1) 계산에는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현재가치 계산기’를 이용했다. 다음 사이트에서 변수들을 바꿔가며 미래 기본소득의 현재가치를 계 산해볼 수 있다. http://fine.fss.or.kr/main/fin_tip/cal/cal03_03.jsp.

2) 기본소득 및 기본자산의 성격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논의는 김공회 (2020), 「긴급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의 마중물인가? 기본소득(론)의 과거, 현재, 미래」, 『마르크스주의 연구』 제17권 제3호, 106-131쪽 참조.

이용우 “18세 되면 6000만원 지급” 청년기본자산법 발의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상자산업법 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상자산업법’은 투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상통화 산업에서 불공정한 거래 행위가 나오면 손해배상과 몰수·추징까지 할 수 있게 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1.5.7/뉴스1 © News1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출생한 시점부터 매달 20만원을 적립해 18세가 되면 6000만원을 기본자산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청년기본자산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법안 발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적 기본자산을 사회적 연대상속 바탕 위에서 지속가능성 있는 형태로 제도화한 청년기본자산 플랜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청년기본자산 플랜의 주된 내용은 Δ출생 시점부터 청소년기까지 월 20만원 국가 적립 Δ적립금 통합기금 운용을 통해 성인(18세)이 되었을 때 약 6000만원의 기본자산 마련 Δ고등교육·주거·창업 등 용도에만 한정 지급 등이다. 대상은 2008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다.

또 국가 적립금 한도 내에서 본인·부모 등 보호자의 추가 임의 적립을 열어둬 자녀의 청년 출발 자금을 위한 저축에 대해 세제혜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앞서 민주당의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의원도 기본자산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용우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가 이런 부분(기본자산의 격차를) 어떻게 할지”라며 “각 주자들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변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자산은 어느 한 주자의 것이 아니라 우리 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것이다. 이런 논의를 받아들여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할지 제시할 것으로 본다”며 “법안을 낼 때 어떤 주자와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매년 불용 예산이 10조원이다. 지출 부분에서 지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증세 논의를 시작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현재 예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지 않고 증세를 얘기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7세 이하 아동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과 중복 여부에 대해서도 “아동수당은 같이 가야 한다. 현재 있는 걸 체계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공동발의한 양이원영 의원은 “청년이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 마이너스 자산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는 현실”이라며 “사회 공동체가, 기성세대가 무엇을 할지에 대한 답이다. 청년들이 빚을 지고 세상에 나아가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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